아일라의 독고다이, 라프로익 (Laphroaig) 증류소 A to Z

라프로익 (Laphroaig) 증류소. 바닷가 앞에 있는 건물의 하얀 벽에 Laphroaig 이라고 새겨져 있다.

I. Laphroaig 개요 및 특징

라프로익(Laphroaig)스코틀랜드 아일라(Islay)섬 남부에서 스카치 싱글 몰트 위스키를 생산하는 증류소이다. 아일라는 영국의 스카치 위스키 생산지 5곳 중 하나이며 이 지역은 옛날부터 피트향과 바닷내음이 강한 위스키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일라의 삼대장, 라프로익-라가불린아드벡 중 하나. 이들은 킬달튼 트리오라고도 불린다. 강렬한 피트로 유명한 이들 아일라 증류소 중에서도 특이하기로 유명한데, 거칠게 터지는 향미에 숯· 연기· 타르· 약품· 흙 냄새로 대표되는 피트향과 바다향이 만나 갯내음이 나기 때문이다. 병원 약품냄새가 강하다는 것도 그 특이함의 주원인이다. 베이컨향이 연상될 정도로 훈연한 기름진 맛이 나기도 한다. 이렇기 때문에 “사랑하거나, 아니면 미워하거나(Love it, or Hate it)”라는 슬로건이 나온 것. 호불호가 정말 강하기 때문에 뉴비 절단기로도 취급된다. 피트에 익숙해져 아드벡과 라가불린을 즐겨 마셔도 라프로익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킬달튼 트리오의 피트를 비교해보자면 피트의 기본적인 특징은 공유하면서도 각각의 향미는 다 다른데, 라가불린은 마치 젖은 나무가 타면서 나는 훈연향과 재의 스모키함, 약간의 흙내음이 돋보이는 피트이고 아드벡은 장작이 타기 시작하면서부터 꺼져갈때의 스모키함을 모두 느낄 수 있는, 피트의 약품향보단 정말 스모키함이 강하게 다가오는 특징을 가졌다면 라프로익은 단연 돋보이는  병원 약품향과 갯내음으로 표현되는 피트향을 가졌다. 라프로익과 라가불린이 모두 미약한 흙내음이 나지만 라프로익이 해안가 흙, 라가불린은 내륙지방 흙내음으로 표현해볼 수 있겠다.

강렬하고 타협 없는 피트 스모크, 요오드와 소독약을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약품향, 그리고 그 뒤를 감싸는 짭짤한 바다 내음과 약간의 달콤한 맥아 풍미의 공존. 오일리하고 풍부한 질감 속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적인 개성이야말로 라프로익 증류소의 스타일이다.

   이렇게만 보면 마시는 사람 별로 없는 마이너한 위스키가 아닌가 할 수 있는데, 무려 영국 왕실인증 로열워런트를 받은 위스키이다. 

II. 증류소의 역사와 이야기

Laphroaig, ‘넓은 만의 아름다운 습지’라는 게일어에서 유래한 이 이름은 피트위스키로 유명하게 될 환경이었다는것을 입증한다.

   라프로익의 공식적인 역사는 1815년, 알렉산더 존스턴 (Alexander Johnston) & 도널드 존스턴 (Donald Johnston) 형제가 소를 키우기 위한 목초지에 잉여 보리를 처리할 목적(을 빙자한 합법적인 위스키 생산)으로 아일라 섬 남부 포트 엘렌 (Port Ellen, Islay, Scotland)에 증류소를 세운 것이 그 시작이다. 뛰어난 품질 덕분에 위스키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으며, 이는 곧 이웃 증류소들의 견제를 받는 원인이 되었다. 1847년 창립자 중 한 명인 도널드 존스턴이 사고로 사망하는 비극을 겪은 후, 증류소는 잠시 외부인의 손에 운영되기도 했으나 그의 아들인 두갈드 존스턴(Dugald Johnston)이 운영권을 되찾아오며 가문의 유산을 이어갔다.

 Johnston 형제가 세운 라프로익 증류소의 옛날 사진. 벽에 명패가 붙어있다.

   증류소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싸움을 겪게 된다. 당시 이웃 증류소였던 라가불린 측에서 라프로익의 핵심 자산인 수원(水原), 킬브라이드 샘의 물줄기를 막아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위스키 생산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였고 라프로익은 수년간의 법정 공방을 벌였다. 1907년, 법원이 라프로익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증류소는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유산인 물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이 사건은 라프로익이 외부의 간섭에 맞서 자신들의 독립성을 확보한 상징적인 일화로 남았다.

   1908년, 존스턴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였던 이안 헌터(Ian Hunter)가 증류소의 경영을 맡으며 라프로익은 본격적인 성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증류소의 생산 설비를 2배로 확장하고 최신 설비들 들여오면서 현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미국 금주법 시대 주류 검역원이 강한 요오드향과 병원 약품향의 피트, 초록색으로 인해 라프로익을 의약품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미국 수출길을 뚫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대담한 전략 덕분에 라프로익은 금주법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고, 이는 오늘날 라프로익 특유의 ‘약품향’ 캐릭터를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일화가 되었다. 또한 미국의 금주법 시대 이후, 버번을 담았던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를 숙성에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은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다. 이 결정은 라프로익 특유의 강렬한 피트 향에 부드러운 단맛과 복합적인 풍미를 더하며 현대적인 라프로익 스타일을 완성시켰다.

   이안 헌터는 후계자가 없었기에, 오랫동안 자신의 비서이자 증류소 매니저로 일하며 신뢰를 쌓은 베시 윌리엄슨(Bessie Williamson)에게 증류소를 물려주었다. 1954년, 베시는 남성 중심의 스카치위스키 업계에서 증류소의 소유주이자 모든 운영을 책임지는 인물이 되었다. 그녀는 1972년 은퇴할 때까지 라프로익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미국 시장을 개척하는 등 증류소의 명성을 전 세계로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베시가 은퇴한 후 라프로익은 여러 주류 그룹을 거쳐 현재는 빔 산토리(Beam Suntory)가 소유하고 있다. 소유주는 여러 번 바뀌었지만 라프로익 고유의 개성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1994년에는 영국 찰스 왕세자(현 찰스 3세)가 아일라 섬에 불시착 했을 때 ‘로열 워런트(Royal Warrant)’를 수여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영국 왕실에 주류를 공급하는 공식 증류소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며, 라프로익 병에서 볼 수 있는 왕실 문장이 바로 그 증거이다. 찰스 3세는 영국에 방문한 타국 원수들에게 자신이 서명한 캐스크에서 뽑은 라프로익 위스키를 한 병씩 선물한다고 한다. 윤석렬 전 대통령도 한병 받았다.

아일라 섬에 불시착한 찰스 3세의 전용기
아일라에 불시착한 찰스 3세의 전용기
로열 워런트 문양
로열워런트 문양

   또한 전 세계의 라프로익 애호가들을 ‘프렌즈 오브 라프로익(Friends of Laphroaig)’으로 묶어, 그들에게 증류소 부지 1 평방피트(Square Foot)의 땅을 평생 임대해주는 독특한 마케팅은 브랜드에 대한 엄청난 충성도를 만들어냈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주연을 맡았던 조니 뎁도 프렌즈 오브 라프로익의 회원이며 자신의 땅에 성조기를 꼽고 갔다는 일화도 있다.

III. 운영 및 소유주

  • 마스터 디스틸러: 칼럼 프레이저 (Calum Fraser)
  • 소유주: 산토리 글로벌 스피리츠 (Suntory Global Spirits)

현재 라프로익에는 공식적으로 ‘마스터 디스틸러’라는 직함을 가진 특정 인물이 지정되어 있지 않다. 과거 존 캠벨(John Campbell)이 증류소 매니저로 있을 때, 그는 대외적으로 ‘마스터 디스틸러’의 역할까지 수행하며 라프로익의 상징적인 인물로 활동했다. 하지만 그가 떠난 이후, 라프로익의 소유주인 산토리 글로벌 스피리츠(Suntory Global Spirits)는 증류소의 현장 운영은 증류소 매니저(현재 조지 캠벨)에게 맡기고, 위스키의 최종 블렌딩과 품질 관리는 본사의 마스터 블렌더 팀이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라프로익의 맛과 품질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역할은 특정 한 명의 ‘마스터 디스틸러’가 아니라, 산토리 글로벌 스피리츠의 전문 블렌딩 팀이라고 할 수 있다.

팀의 대표인 칼럼 프레이저 (Calum Fraser)는 산토리 글로벌 스피리츠의 마스터 블렌더로, 라프로익을 포함한 산토리의 스카치 위스키 포트폴리오 전반의 품질과 새로운 제품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이전 마스터 블렌더들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으며, 라프로익 10년과 같은 핵심 제품의 맛이 수십 년간 일관되게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매년 출시되는 카디스(Càirdeas) 시리즈나 ‘엘리먼츠(Elements)’ 시리즈와 같은 새로운 한정판 제품을 기획하고 블렌딩하는 등, 라프로익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혁신을 이끌어가는 현재의 ‘맛’을 책임지는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 전 마스터 디스틸러인 존 캠벨 (John Campbell, 2006-2021) 아일라 섬 출신(Ileach)으로, 라프로익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증류소 매니저를 역임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는 단순한 생산 관리자를 넘어, ‘마스터 디스틸러’의 역할을 수행하며 라프로익의 대외적인 얼굴로 활동했다. 그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팬들을 위해 매년 특별한 위스키를 선보이는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버전의 ‘카디스(Càirdeas)’ 시리즈를 기획하고 발전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프렌즈 오브 라프로익’ 커뮤니티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브랜드의 컬트적인 인기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2021년, 27년간의 라프로익 생활을 마감하고 로우랜드의 신생 증류소인 로클리(Lochlea)로 이직하여 업계에 큰 화제가 되었다.

IV. 원재료와 생산 과정

물 (Water Source)

라프로익의 수원지 킬브라이드 댐(Kilbride Dam)의 물이다. 이 저수지는 주변의 이끼와 헤더(Heather)가 무성한 피트 지대를 통과하며 흘러들어, 물 자체에 이미 피트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 수질은 연수(Soft Water)에 속하며, 이는 당화 과정에서 맥아의 당 성분을 효율적으로 추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중요한 것은, 이 물에 녹아 있는 유기물들이 발효와 증류 과정에서 복합적인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특히 페놀 화합물과 물속의 유기산이 결합하여 라프로익 특유의 흙내음과 해초 같은 짠 내음의 기초를 형성한다.

  • 수원지 : 킬브라이드 댐
  • 수질 특징 : 연수(Soft Water), 피트 지대 통과, 갈색,
  • 피트성분 함유량 : 상당

보리 (Barley)

주로 스코틀랜드 본토에서 조달하는 콘체르토(Concerto)와 옵틱(Optic) 품종을 사용한다. 이 품종들은 당화 효율이 높고 균형 잡힌 몰트 풍미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프로익은 전체 사용량의 약 25% 정도를 자체 플로어 몰팅으로 충당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보리는 증류소의 캐릭터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보리 품종 자체가 최종 풍미에 미치는 영향은 피트에 의해 상당 부분 가려지지만, 그 기저에 깔리는 견고한 맥아의 단맛은 강력한 피트 향과 균형을 이루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 보리 품종 : 옵틱 (Optic), 콘체르토 (Concerto)

피트 (Peat)

라프로익의 정체성 그 자체다. 아일라 섬 포트 엘렌(Port Ellen) 인근의 글렌마크리(Glenmachrie) 지역에서 채취한 피트만을 고집한다. 이 지역의 피트는 수천 년간 쌓인 헤더, 이끼, 각종 해초들로 구성되어 있어, 연소 시 단순한 연기 향을 넘어 매우 복합적인 향을 만들어낸다. 건조 시 목표 페놀 수치는 40-60 PPM (Parts Per Million)으로, 이는 아일라 위스키 중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PPM 수치가 스모키함의 전부는 아니다. 라프로익의 피트 향이 ‘요오드’, ‘크레오소트(Creosote, 나무 방부제)’, ‘병원 소독약’과 같은 약품향과 강한 짠 내음, 톡 쏘는 바다 내음으로 표현되는 이유는 바로 이 피트의 구성 성분과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태워 맥아에 향을 입히는 건조 방식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페놀(Phenol) 외에도 구아이아콜(Guaiacol, 훈제향), 시린골(Syringol, 스파이시/약품향) 등의 화합물이 복합적으로 생성되어 라프로익만의 개성을 완성한다.

  • 피트 공급처 : 글렌마크리 이탄 지대 (Glenmachrie)

몰팅 (Malting)

라프로익은 아일라 증류소 중 몇 안 되게 자체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을 고수하는 곳이다. 물론 모든 맥아를 충당하진 못하고 약 25% 가량을 직접 생산하며, 나머지는 포트 엘렌 몰팅스(Port Ellen Maltings)에서 동일한 스펙으로 공급받는다. 직접 관리하는 플로어 몰팅은 단순히 전통을 지키는 것을 넘어, 발아 기간과 건조 방식을 미세하게 조절하여 원하는 효소 활성도와 풍미 프로파일을 정확히 구현하려는 의도이다.

물에 불린 보리를 섭씨 15 ~ 18도의 온도를 유지하면서 6일간 펼쳐놓으면 발아가 시작된다. 발아가 마무리될 무렵 19시간의 열풍 건조와 약 17시간의 피트 건조를 통해 약 40 ~ 60ppm의 피티드 몰트가 생산된다. 라프로익은 포트 엘런의 것보다 플로어 몰팅을 통해 생산되는 피트 몰트가 크레오졸 같은 페놀 특성을 더 도드라지게 한다고 믿는다. 플로어 몰팅 작업을 위해 매일 1.5톤의 피트를 가마(Kiln)에서 태우는 데, 라프로익은 코크스(Cokes)와 같은 연료를 추가하여 최종적인 피트 수준을 신중하게 제어한다.

특히 피트 건조(Kilning) 시, 낮은 온도에서 축축한 맥아에 피트 연기를 직접 쬐는 방식은 페놀 화합물이 맥아 껍질에 깊숙이 착 달라붙게 만들어, 이후 공정에서도 그 풍미가 손실되지 않고 최종 스피릿까지 이어지게 하는 핵심 과정이다.

  • 몰트 공급처 : 포트 엘렌 몰팅스 (Port Ellen Maltings) 75%, 자력 공급 25%
  • 페놀 수치 : 40-60 PPM
  • 훈연 시간 : 약 17시간

제분 (Milling) 및 당화 (Mashing)

1912년에 설치된 오래된 포티우스(Porteus) 롤러 밀을 사용한다. 이 기계는 라프로익의 오랜 역사를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제분된 맥아(Grist)는 껍질(Husk) 20%, 굵은 입자(Grits) 70%, 고운 가루(Flour) 10%의 고전적인 비율을 유지한다. 이 비율은 당화조에서 뜨거운 물이 맥아층을 통과하며 당을 효율적으로 추출하기 위한 최적의 필터 베드(Filter Bed)를 형성한다. 너무 고운 가루가 많으면 당화조가 막혀버리고, 껍질이 너무 적으면 맥즙(Wort)이 탁해져 발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라프로익은 이 비율을 통해 비교적 맑은 맥즙을 얻어 깨끗하고 깔끔한 발효를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얻어진 4.4톤의 그리스트(Grist)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라우터 매시 턴으로 옮겨져 당화 과정을 거친다.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라우터(Lauter) 당화조를 사용한다. 총 3번의 온수를 사용하여 당을 추출하는데, 각 단계별 온도를 정밀하게 제어하여 맥아의 효소를 최대한 활성화시키고 발효 가능한 당의 비율을 극대화한다. 첫 번째 물은 약 67°C, 두 번째는 약 80°C, 세 번째는 약 90°C의 물을 사용한다. 이 과정을 통해 얻어진 당분이 풍부한 21,500리터의 맑은 맥즙(Wort)은 라프로익 특유의 피트 페놀과 결합하여 발효 과정으로 넘어갈 준비를 마친다.

  • 제분기 (Mill): 1912년식 포티우스(Porteus) 롤러 밀
  • 당화조 (Mash Tun): 라우터(Lauter), 스테인리스 스틸
  • 1회 그리스트 용량 (Grist per Mash): 4.4톤
  • 1회 당화 용량 (Wort per Mash): 21,500 리터

발효 (Fermentation)

6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Washback)를 사용한다. 과거에는 목재 발효조를 사용했지만, 현재는 위생 관리와 일관성 유지를 위해 스틸을 선택했다. 발효에는 MAURI와 KERRY 두 종류의 증류용 효모를 함께 사용하는데, 이는 복합적인 풍미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평균 발효 시간은 약 55시간으로 비교적 짧은 편에 속한다. 70시간 이상 발효하여 과일 풍미(에스테르)를 극대화하는 몇몇 증류소와 달리, 이 비교적 짧은 발효 시간은 곡물의 고소함과 맥아 자체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효모가 만들어내는 과일향이 과도해지는 것을 막아 피트 향이 주인공으로 남을 수 있게 하는 의도적인 전략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알코올 도수 약 8.5%의 ‘워시(Wash)’가 만들어진다.
즉, 발효 단계에서는 복잡한 과일 향보다는 맥아와 피트 본연의 캐릭터를 최대한 깨끗하게 증류기로 넘겨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 발효조 (Washback): 6개, 스테인리스 스틸
  • 효모 : 액체 형태의 증류용 효모 (Mauri/Kerry)
  • 발효 시간 : 약 55시간 (상대적으로 짧음)
  • 최종 워시 도수 (Final Wash ABV): 약 8.5%

증류 (Distillation)

라프로익의 증류실. 3개의 워시 스틸(Wash Still)과 4개의 스피릿 스틸(Spirit Still)이 있다
앞의 4개가 스피릿 스틸, 뒤의 3개가 워시 스틸이다.

라프로익의 증류실에는 3개의 워시 스틸(Wash Still)과 4개의 스피릿 스틸(Spirit Still)이 있다. 스피릿 스틸이 워시 스틸보다 크기가 작고 개수가 더 많은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구성이다. 스피릿 스틸이 하나 더 있는 이유는 전통적인 라프로익의 스타일을 위해 워시 스틸보다 스피릿 스틸에서 더 느리게 증류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워시 스틸이 안 쓰일 때가 생겼는데, 베시 윌리엄슨은 이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여 동일한 모양이지만 2배의 용량을 가진 스피릿 스틸을 추가했다.

1차 증류기인 워시 스틸은 바닥이 평평하고 넓으며 몸통에서부터 목까지 거의 수직에 가깝게 가파른 얇은 원뿔 형태를 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는 증기가 상승하면서 향미 성분을 풍부하게 끌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하고 높고 가파른 목은 증기가 상승하면서 넓은 구리 표면과 오랫동안 상호작용하게 만들어 불순물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증류기 목에서 응축기로 이어지는 파이프인 라인 암의 각도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무거운 스피릿을 만들려면 라인 암이 아래로 향하게 하여 환류량을 줄이지만, 라프로익의 라인암은 수평에 가깝게 완만하게 상승한다. 이러한 형태는 증류된 증기 중 무거운 성분들이 다시 아래로 떨어져 재증류되는 환류(Reflux)를 증가시킨다. 이는 무겁고 기름진 위스키를 만들려는 증류소의 일반적인 방식과는 정반대로, 원치 않은 황 화합물 등을 제거하여 강렬한 라프로익 위스키의 기반이 되는 라이트 바디감의 원액을 깨끗하고 순수하게 정제하는 역할을 한다.

1차 증류는 약 5시간에 걸쳐 진행되며, 알코올 도수 22%의 로우 와인(Low Wines)을 생산한다

이렇게 정제된 깨끗한 로우 와인(Low Wines)에 라프로익만의 개성을 입히는 과정이 바로 ‘컷팅(Cutting)’이다. 컷팅,즉 2차 증류는 스피릿 스틸에서 7~8시간 동안 진행된다. 라프로익의 스피릿 스틸은 클래식 팟 스탈과 비슷하게 허리부분이 잘록하게 좁아지고 완만하게 상승하는 라인암을 가지고 있다.

라프로익의 컷팅은 ‘깊은 컷팅(Deeper Cut)’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본류를 길게 뽑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원하는 풍미 구간만을 정확히 잘라내는 ‘정밀 컷팅’에 가깝다. 증류 과정 중 가벼운 과일향(에스테르향)은 의도적으로 버리고, 무거운 잡미가 섞이기 직전에 컷을 종료하여, 오직 라프로익이 원하는 강렬하고 ‘깊은’ 페놀 풍미가 나오는 좁은 구간만을 정확히 잘라내는 전략이다.

라프로익은 업계에서 가장 긴 45분 동안의 포어 샷 런(fore shot run)으로 초류(Foreshots)를 길게 버려 에스테르향(가볍고 화사한 과일향)을 억제하고, 본류(Heart)를 상대적으로 좁은 범위에서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약 2시간 40분 동안 본류를 수집하고, 마지막으로 약 3시간 30분 동안 후류(Feints)를 모은다.

본류 수집은 알코올 도수 72% ABV에서 시작하여, 60.5% ABV까지 떨어지는 시점에서 종료된다. 이 정밀한 컷팅을 통해 라프로익이 원하는 강렬하고 기름진 페놀 화합물이 가장 순수하게 농축된 구간만을 정확히 잘라낸다. 이렇게 얻어진 평균 68.8% ABV의 뉴 메이크 스피릿(New Make Spirit)은 캐스크에 담기기 전, 증류소의 물로 63.5% ABV까지 희석된다. 이는 캐스크와 원액 사이의 상호작용이 가장 이상적으로 일어나는 황금 비율이다.

결과적으로 라프로익은 그들의 더 깊은 컷팅으로 아드벡이나 라가불린에 비해 더 무거운 페놀릭 향이 더 잘 표현된다.

  • 증류기 구성 (Still Combination): 워시 스틸 3개, 스피릿 스틸 4개
  • 워시 스틸 용량 (Wash Still Capacity): 각 10,500 리터
  • 스피릿 스틸 용량 (Spirit Still Capacity): 4,700 리터 x 3개, 9,400 리터 x 1개
  • 1차 증류 시간 (Wash Run Time): 약 5시간
  • 로우 와인 도수 (Low Wines ABV): 22%
  • 2차 증류 총 시간 (Total Spirit Run Time): 약 7-8시간
  • 초류 런 시간 (Foreshots Run Time): 약 45분 (매우 김)
  • 본류 런 시간 (Heart Run Time): 약 2시간 40분
  • 후류 런 시간 (Feints Run Time): 약 3시간 30분
  • 본류 컷 시작점 (Heart Cut Start): 72% ABV
  • 본류 컷 종료점 (Heart Cut End): 60.5% ABV
  • 최종 원액 도수 (New Make ABV): 평균 68.8%
  • 희석 후 도수 (Filling Strength): 63.5% ABV

숙성 (Maturation)

라프로익의 풍미를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이다. 대부분의 원액은 63.5%로 희석되어 미국 켄터키에서 공수한 퍼스트 필(First-fill)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된다. 특히 같은 산토리사의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 버번 캐스크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아메리칸 화이트 오크 캐스크는 바닐라, 캐러멜, 코코넛, 시트러스, 그리고 달콤한 향신료의 풍미를 부여하여, 라프로익의 공격적인 피트 스모크와 약품향을 감싸 안으며 놀라운 균형감을 만들어낸다.

숙성고(Warehouse)는 바다 바로 옆에 위치한 전통적인 더니지(Dunnage) 스타일 창고이다. 낮고 두꺼운 돌벽과 흙바닥으로 된 이 창고는 연중 온도와 습도 변화가 적어 연간 엔젤스 쉐어(Angel’s Share) 손실률이 약 1.8%인 느리고 안정적인 숙성을 가능하게 한다. 무엇보다 바다와 인접한 환경 덕분에, 숙성 과정에서 캐스크가 짠 내음 가득한 바다 공기를 머금고(숨을 쉬고), 이것이 위스키에 녹아들어 라프로익 특유의 짭짤하고 해초 같은 바다 풍미(Maritime Note)를 완성한다. 이는 다른 지역의 피트 위스키와 라프로익을 구분 짓는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셰리나 다른 와인 캐스크는 주로 ‘쿼터 캐스크’나 한정판 제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하여 풍미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V. 국내 제품 라인업

(아래 목록은 공식 수입사를 통해 정식 출시되었거나, 주요 리쿼샵 및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제품들이며 시점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 라프로익 10년 (Laphroaig 10 Year Old): 라프로익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표제품.
  • 라프로익 쿼터 캐스크 (Laphroaig Quarter Cask): 작은 캐스크(Quarter Cask)에서 추가 숙성하여 바닐라의 달콤함과 시트러스, 피트의 균형감이 돋보이는 제품.
  • 라프로익 트리플 우드 (Triple wood): 버번, 쿼터,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를 사용하여 복합적인 향이 특징인 제품
  • 라프로익 10년 셰리 오크 피니시 (Laphroaig 10 Year Old Sherry Oak Finish): 10년 숙성 후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피니시하여 과일의 단맛과 피트의 조화를 보여주는 제품
  • 라프로익 PX 캐스크 (Laphroaig PX cask): 페드로 히메네즈(px)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하여 달콤한 건포도와 피트 맛이 특징인 제품.
  • 라프로익 셀렉트 (Laphroaig Select): 다양한 캐스크(올로로소 셰리, PX 셰리, 쿼터 캐스크, 버번) 원액을 블렌딩하여 부드럽고 접근하기 쉽게 만든 제품.
  • 라프로익 포 오크(Laphroaig four oak): 버번, 커터, 유러피안, 버진 아메리칸 오크 4가지를 사용하여 복합적인 나무향과 피트가 결함한 제품.
  • 라프로익 10년 CS: 라프로익 10년에 물을 섞지 않은 원액 제품.
  • .라프로익 로어 (Laphroaig Lore): 다양한 숙성 연수(7~21년)와 캐스크 원액을 블렌딩하여 라프로익의 역사를 집대성한 복합미의 결정체.
  • 라프로익 18년 (Laphroaig 18 Year Old): 장기 숙성을 통해 피트 향이 부드러워지고 복합적인 과일 풍미가 살아나는 제품. 
  • 라프로익 25년 (Laphroaig 25 Year Old): 장기 숙성의 정점. 우아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자랑하는 최고급 라인업.
  • 라프로익 1815 레거시 에디션 (Laphroaig 1815 Legacy Edition): 라프로익의 오랜 역사를 기리기 위해 한정수량으로 출시하는 제품.
  • 라프로익 엘리먼츠 (Laphroaig Elements): 생산과정에 변주를 주어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 내는 한정판 시리즈
  • 라프로익 이안 헌터 시리즈 (Ian Hunter Series): 증류소의 전설적인 디스틸러 이안 헌터를 기리는 고숙성 한정판 시리즈로 매년 다른 주제로 출시된다.

책임감 있는 음주를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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